2023년‧2024년 신춘문예 및 문예지 신인상 당선자들을 만나다!

  • 작성일2024.04.17
  • 수정일2024.04.17
  • 작성자 강*환
  • 조회수374
2023년‧2024년 신춘문예 및 문예지 신인상 당선자들을 만나다! 첨부 이미지

명지대학교(총장 유병진) 문예창작학과가 20232024년 신춘문예 및 문예지 신인상 공모를 통해 다수의 신인 작가를 배출했다. 신원경(학부 졸업생, 202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 당선이정화(학부 졸업생, 2023년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문 당선이하윤(학부 3학년, 창작과비평사 창비신인시인상 당선김영은(박사 졸업생, 2024년 한국일보 소설 부문 당선) 학우가 그 주인공이다. 명지대 문예창작학과는 매년 신춘문예와 문예지 신인상 공모 당선자를 배출하며 명실상부한 문인 등단의 산실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20232024년에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등단의 영예를 얻은 네 학우를 만나 등단과 문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신춘문예(문예지 신인상)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과 함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신원경: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생 신원경입니다. 2023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문학과사회 2023년 여름호에 수상작이 실렸습니다. 등단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은 지 일 년이 안 되는 시간이 지났는데, 일상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여전히 한 편의 시를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어렵지만, 주기적으로 쓰려고 하고 있어요.

A. 이정화: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생이자, 2023년 문학동네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하고 있는 이정화입니다. 삶의 많은 시간을 독자로서, 전공생으로서 문학을 사랑해 오다가 이제 작가로서 저를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A. 이하윤: 저는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하윤입니다. 2023년에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하게 되었어요. 당선 발표가 난 지 일 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직도 잘 실감 나지 않아요. 무엇보다 시를 쓰는 길에서 저와 함께 걸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해요.

A. 김영은: 저는 올해 2월에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2024년 한국일보 소설 부문에 당선된 김영은입니다. 박사 졸업과 등단이라는 두 개의 선물이 한꺼번에 찾아와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Q. 당선 작품이 궁금합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신원경: 저는 시축소 모형4편으로 등단했어요. 친구를 만나러 광화문에 가거나, 영화를 보러 출판단지를 걷거나, 학교에 가던 중에 문득 걷는 행위가 낯설게 느껴졌어요. 지금 내가 걸어가는 이 땅이 억겁의 시간에도 부동 없이 존재했다니. 누군가는 무심히 등하교를 반복하는 이곳에서 누군가는 전쟁을 겪고, 시위를 일으키고, 계절이 지나면 다른 계절이 온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은 없는 나무를 올려다보고 그랬겠죠. 땅이 가진 은유적인 역사가 궁금했어요. 그렇게 축소 모형이라는 시를 한 편 썼는데,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어요. 시 한 편을 완성하고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고, 그렇게 동명의 시를 일곱 편 써서 연작을 완성했어요. 당선작인 축소 모형은 연작 시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완성한 시예요. 언젠가 하나의 묶음으로 읽을 때 축소 모형이 어떤 지형으로 읽힐지 궁금해요.

A. 이정화: 저는 시 골조의 미래4편으로 신인문학상에 당선됐습니다. 심사평을 적어주신 이병률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제 시편들은 연인이 같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는 여정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미 되짚기, 그러니까 삶의 흐름 가운데 자꾸 멈춰 서게 되는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표제작인 <골조의 미래>는 애인과 지낸 집의 과거를 타인과 되짚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이들의 대화는 미래로 향하는 시간 속에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A. 이하윤: 저는 일상에 발을 붙이고 주변에 있는 것들을 살피는 시를 자주 쓰는데, 당선작 코트와 빛4도 마찬가지예요. 시 속 화자들은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고, 페루에서 온 라마 인형의 눈을 목격하고, 공방에서 그릇을 빚고, 식물을 기르고, 약속에 늦은 친구를 기다리며 조용히 생각을 부풀려요. 그렇게 화자는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처음의 자리에서 아주 조금 벗어나게 되는데, 거기서 시가 마무리돼요. 제 시는 커다란 보폭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요. 현재를 바꾸려고 하지도 않고요. 다만 작은 마음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고, 귀 기울인다는 사실, 그것으로 충분해요. 심사평에 적어주신 것처럼 제 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또박또박 생활을 적어 내려가는 솔직함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A. 김영은: 등단작인 소설 말을 하자면은 언론 고시를 준비하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와 평범한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가 여름방학 때 잠깐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휴대폰 공장에서 만난 20대 청년 형우와의 갈등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형우의 죽음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대한 외·내적 갈등과 그 이면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성 인물들과 형우의 갈등에서 비정규직 노동 문제, 남녀 갈등, 계급화 등을 조명하고자 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니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일상에 녹아든 여러 사회 문제들이 굉장히 유기적이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나의 사건을 복합적인 시각으로 균형 있게 바라보고자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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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춘문예(문예지 신인상)를 준비할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당선 작품을 쓰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하고, 평소 작품을 쓸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신원경: 제 시가 당선되기를 기다리던 시간 자체가 힘겨웠던 것 같아요. 청소년 시절에 목적을 가진 시를 쓰면 시가 상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그것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조급해지니 마음이 자꾸 앞서게 되더라고요. 투고 시즌이 오면 스터디원 친구들과 에어비앤비를 잡고 낯선 방에서 종일 퇴고를 했는데요. 작년에 혼자서 분한 마음으로 원고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던 게 생각나요. 쓰면 쓸수록 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고를 보내고 마음을 비웠는데, 한 달 후에 등단 전화를 받았어요.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을 버려야만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는 게 얄궂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 평소에 시를 쓸 때는 뭔가를 원하는 마음을 버리려 해요. 그저 새로운 한 주가 왔으니 새로운 시를 쓰겠다고 생각하며 써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지 시를 완성하고 나서야 알게 돼요. 제가 시를 제 호흡에 가장 알맞은 언어라고 여기게 된 이유인 것 같아요.

A. 이정화: 투고할 때마다 당선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투고는 실력과 운이 반반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것이 부족한지 파악하는 데에 많은 기력을 소진했습니다. 결국 계속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품을 쓰는 동안 제가 가장 신경 쓴 것은 내가 쓴 글이 명확히 전달되는가?’였습니다. 제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분명하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 장르의 경우 1편으로 당선작이 판가름 나는 경우보다 다른 작품들을 고루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로 당선작들을 쓴 것은 아니지만,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천착해 확장하는 과정에서 함께 쓰는 친구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주말마다 함께 시를 쓰고 고치면서 제가 만들어가고 싶은 시적 이미지와 그 안에 담긴 말들이 더욱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A. 이하윤: 앞서 답변했던 내용과 어느 정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제 주변에 찾아오는 장면들이 거의 시가 돼요. 평소에도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들추어보려고 하고, 떠오르는 문장이나 단어를 메모해두려고 해요. 그리고 자리에 앉아 차분히 그때의 감각을 복기해요. 당선작도 그렇게 쓰게 된 시들 중 몇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일상을 대하는 감각이 둔해지는 때가 오면, 시를 어떻게 진전시켜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시를 쓰는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는 했는데, 시 쓰기에 대한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편협하지 않으려는 것, 그들을 내가 있는 곳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고 다가서는 것, 그런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A. 김영은: 습작기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가.’ 하는 것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쓴다기보다는 만나게 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언젠가 좋은 글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계속해서 글을 썼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당선 작품을 쓸 당시에는 일상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갈등이 사회적 문제와 관련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만큼이나 많은 들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제목이 말을 하자면으로 나오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수많은 의견과 생각, 사상, 개념 등이 개인의 환경이나 상태, 시기마다 모두 다르고 그것이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한편으로 이분화되어가는 시대 속에서 저 자신이 회색분자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소설의 화자인 처럼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 내 위치는 어디인가에 대해 고민했었기에 비교적 자기 위치가 정확하다고 믿는 이들과의 대비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소설을 끝까지 다 썼을 땐 그 위치라는 것이 개인적이고 자의적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인 측면과 맞닿아 있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소설을 쓰다 보면 저도 모르는 무언가를 깨닫게 될 때가 있는데요. 그게 또 좋고 재미있어서 계속해서 써나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작품을 쓸 때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인물입니다.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만난다는 표현처럼 어떤 인물을 만나서 그 인물과 다투기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인물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어떤 인물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들의 매력을 찾아 표현하는 것도 작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문예창작학과 전공 수업이 큰 자양분이 되었을 듯한데요. 수강했던 과목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글을 쓸 때 도움이 되었던 수업이 있나요? 수업 중 인상 깊었던 일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신원경: 전공 수업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됐어요. 특히 박상수 교수님의 시적 상상력과 이미지수업에서 기말 리포트로 박서원 시인의 시집에 관해 썼던 게 기억나요. 도서관에서 리포트를 쓰다가 자정 가까운 시간에 전철을 타고 가면서 퇴고해 제출했어요. 마지막 학년에 들었던 수업이라 그런지 한 시인과 그가 썼던 시들에 대해 이렇게까지 파고들 수 있는 경험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문학에 대해 그렇게까지 매달릴 수 있었다는 게 지금 돌이켜보면 커다란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 학기마다 문학과 관련 없는 교양 수업을 하나씩 들었어요. 특히 손경찬 교수님의 법학개론수업을 즐겁게 들었고,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럼에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걸 학점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잘 모르는 학문을 얕게나마 배울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모르는 수강생들 사이에서 말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요. 문학 수업은 함께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이 써 온 작품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고, 또 내적으로 친밀감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데요. 그런 것을 좋아하지만, 그만큼 동떨어져 있는 시간도 필요했던 것 같아요.

A. 이정화: 무엇 하나 도움이 되지 않았던 수업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시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소설 수업을 많이 들었는데 다른 학우들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창작 수업을 들은 것이 글쓰기의 자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화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2학년에 시 창작연구수업을 수강할 때 김경후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인상에 깊게 남았습니다. 제가 시 도입부에 비해 후반부가 너무 약하다는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교수님께서 후반부가 약한 것이 아니라 도입부가 강한 것이라면서 장점이 흘러넘쳐서 단점이 가려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늘 작품이 부족하고 못난 부분을 삭제하기 바빴는데, 빛나는 부분을 더 빼어나게 하는 것 역시 창작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작품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퇴고와 앞으로의 창작 과정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 친구들과 합평할 때도 교수님의 말을 인용하곤 합니다.

A. 이하윤: 학교에서 수강했던 모든 전공 수업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시 수업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희곡, 비평 수업도요. 제가 의식하지 못했던 순간에도 분명 도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수강했던 전공 수업을 떠올려보면, ‘어떻게 쓰는가와 같이 방법론적인 측면에 대한 수업도 있었지만, ‘왜 쓰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을 남기는 수업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모두 인상 깊었고요. 그래도 하나를 떠올려본다면, 입학하고 처음으로 수강했던 전공 수업인 시의 이해가 기억에 남아요. 야외수업이 한 번 있었는데, 학교 근방 산책로를 걸으며 무엇을 보았는지를 쓰는 기회가 있었어요. 학과 특성상 수업 시간에 몸을 움직일 일이 드문데, 몸으로 직접 느끼는 방식도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큼이나 시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 후로 시가 잘 안 써지면 자주 밖으로 나가 생각을 환기했어요. 이제는 그런 방식이 루틴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A. 김영은: 학부 시절부터 소설 전공이었기 때문에 지도 교수님이신 신수정 교수님의 문학평론 수업과 편혜영 교수님의 소설창작 수업을 주로 수강하였습니다. 두 분의 수업을 통해 삶의 방향성을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신수정 교수님의 수업에서 문학 이론과 연구자로서의 태도, 문학에 대한 관점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시대별로 작품들을 살펴보며 그 시기를 지나온 작가들의 고뇌와 문학적 성취를 엿보면서 소설 쓰기와 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상 깊었던 일화는 아니지만, 교수님들께서 보내주신 격려와 응원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지금 배운 것들을 평생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신수정 교수님의 조언과 저만의 문장을 찾았다고 말씀해주셨던 편혜영 교수님의 격려는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Q.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그간 많은 책을 읽고 공부했을 듯합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글을 쓸 때 본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가와 작품이 궁금합니다.

A. 신원경: 유진목의 연애의 책과 백은선의 가능세계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부적처럼 지니며 읽었던 시집이에요. 가지고 있는 시집 중 너무 자주 읽어서 너덜너덜해진 건 저 두 권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김영미의 맑고 높은 나의 이마, 김혜순의당신의 첫역시 마음에 늘 두고 있는 시집이에요. , 한야 야나기하라의 장편 소설 리틀 라이프를 읽고 순수한 충격을 받았어요. 해당 작품은 소설이 줄 수 있는 총체적인 경험을 선사하는데, 텍스트가 이렇게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요즘은 비문학에도 눈길이 많이 가는데요. 최근에는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틈틈이 읽은 전현우의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매일 어디론가 이동하는 현대인의 일상에 사유를 부여하는 책이었어요. 저에게 쓰기를 촉발하는 건 이런 책들과의 마주침인 것 같아요.

A. 이정화: 캐나다 작가 앤 카슨의 모든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남편의 아름다움은 제 인생 작품이에요. 저는 글을 읽으면서 작가가 궁금한 경우는 별로 없는데, 앤 카슨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누굴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클레어 키건과 다와다 요코의 작품 역시 즐겁게 읽었고, 국내 작가로는 임승유 시인과 황혜경 시인의 모든 작품을 곱씹어 읽습니다.

A. 이하윤: 시를 거의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안희연 시인의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라는 시집을 읽었어요. 작은 목소리들에게 곁을 내어주며 그들의 살아있음을 발견하고, 그 순간을 통해 확장되는 세계를 목격하는 문장들이 지금 제가 시를 바라보는 태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시를 쓰다가 문득 길을 잃었다고 생각될 때 가장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꺼내어보는 것 같아요.

A. 김영은: 좋아하는 소설들이 무척 많지만 오랜만에 강렬한 느낌을 받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루마니아 작가 아글라야 페터라니의 소설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와 두더지 사냥꾼이자 영국 시인인 마크 헤이머의 에세이 두더지 잡기가 그것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부모를 따라 서커스 단원으로 살아가는 소녀의 시선에서 세상의 폭력과 잔혹함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점이, 후자의 경우는 한평생 두더지 사냥꾼으로 살아온 자가 말하는 두더지와 삶, 자연과 인간에 대한 시선이라 인상적이었습니다. 뭐든 이러쿵저러쿵 분석하길 좋아하는데 두 작품만큼은 읽는 내내 그 세계 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정신없이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아껴 읽었습니다. 결말에 다다라서는 책 속에서 만난 인물들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이야기가 제 안에서 시작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글도 누군가에겐 이러한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들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다짐, 포부가 있다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A. 신원경: 지치지 않고 오래 쓰고 싶습니다. 한 편의 시에 의미와 이야기를 부여하는 건 시인이 아닌 독자의 몫인 것 같아요. 만 명의 독자가 읽으면 만 개의 시가 생겨난다고 믿어요. 제가 쓴 시가 흙처럼 여러 모습으로 변형되어 가는 모습을 용기 있게 지켜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무언가를 시작하게 하는 힘을 주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읽고 나서 좋았다, 이제 나도 내 것을 해볼까?’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가볍게 떠다니는 종이 한 장 같은 시를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예전의 제가 처음으로 시를 읽었을 때 그랬듯이요.

A. 이정화: 더 다양한 문화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행이 될지, 또 다른 학업이 될지 고민하고 있지만 늘 그랬듯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문학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A. 이하윤: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건 없고, 단지 지금의 태도를 잃지 않고 계속 꾸준히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A. 김영은: 우선 글을 쓰기 위해 건강을 잘 챙기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 좋은 글을 계속해서 써나가고 싶고 소설창작과 연구 모두 평생 즐겁게 해보고 싶습니다. 소설가와 연구자의 삶이 허락된 만큼 책임감을 갖고 문학에 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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